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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이 신발 뭐라고 부르는지 다 아시죠? 네 어그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이 로고 때문인가요? 아니면 디자인 때문인가요?
무엇이든 간에 답변을 약간이라도 망설였다면 오늘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겁니다.
패션을 좋아하시는 패션을 좋아하실 여러분 반갑습니다.
겨울만 되면 스멀스멀 보이기 시작하는 이 신발이 어그라는 것쯤은 대부분 아실 겁니다.
하지만 이 어그라는 단어 정의가 참 애매합니다. 안쪽에 털이 있는 가죽 신발을 일컫는 듯 씹다가도 이런 신발도 어그라고 불리는 것을 보면 신발의 형태가 기준인가 싶습니다.
그런데 또 이런 신발도 어그라고 불리니 그냥 어그라는 브랜드가 내는 모든 신발을 지칭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이 혼동은 어그라는 표현을 소유하기 위한 한 브랜드의 의도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왜 전략이라고 표현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어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선 어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서 나오게 되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1. 어그부츠의 탄생
어그의 뿌리 앞서 말씀드린 혼동이 생기기 전 어그 부츠는 원래 쉽스킨으로 만든 부츠를 의미했습니다.
쉽스킨은 영어 그대로 양의 피부인데요. 그냥 양가죽이라고 하지 않고 쉽스킨이라고 말한 이유는 한쪽 면에 붙어 있는 이 털 때문입니다.
소나 말 같은 동물의 피부는 일반적으로 털을 제거한 후 가죽으로 정제됩니다.
그런데 동물 중 양의 털은 의료에서 사용되는 귀중한 소재죠.
그 털을 그대로 둔 채 무두질을 진행하여 가죽으로 정제한 것이 쉽스킨입니다.
무두질은 전에도 말했듯 동물의 피부를 썩지 않고 입을 수 있도록 부드럽고 내구성 좋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가죽은 정제가 되고 털은 그대로 두었으니 한쪽 면은 가죽, 반대쪽은 털이 두껍게 있어서 털을 제거한 가죽보다 보온력도 강하고 촉감도 좋은 특징을 가집니다.
이 특징으로 인해 추운 환경에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단순히 양털가죽을 신발로 만들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전 부 터지만 현대어그의 시초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1차 세계대전입니다.
옷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이것도 전쟁이랑 관련된 거냐 싶을 것 같은데요.
네 어그부츠를 신어 세계에 알린 주인공은 바로 비행사들이었습니다.
당시 항공기에는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나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적절한 난방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항공사들에겐 보온이 되는 두꺼운 옷이 필수였죠.
우리가 잘 아는 항공 재킷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중에 이 양털가죽으로 만든 모델도 있는데요.
그것이 무스탕과 어그부츠의 원형입니다. 항공사들이 신던 스킨 부츠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부츠였습니다.
이름도 퍼그 부츠라고 불렸죠. 따뜻하고 촉감 좋은 이 소재가 알려지며 다른 나라에서도 양털가죽 신발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중 한 곳이 호주입니다. 어그부츠라는 표현도 현대 어그부츠의 디자인도 모두 이 호주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브랜드 어그의 탄생 호주에서 만들어졌으니 호주 어그가 가장 근본이겠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어그라는 브랜드는 호주 출신이 아닙니다.
가운데 알파벳이 큰 이 로고의 주인공은 미국의 브랜드.
여기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셨나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미국에서 판매되는 어그는 대부분 미국의 어그입니다.
그리고 어그라는 단어도 다른 브랜드에서는 눈치 보며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미국의 브랜드 어그는 서핑을 즐기는 호주의 한 회계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브라이언 스미스 씨는 호주 시드니에서 서핑을 즐기곤 했는데요.
당시 시드니는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낭만과 도전의 도시였습니다.
실력 있는 서퍼들이 모여 서핑을 즐기고 서핑 대회도 매해 열리는 곳이었습니다.
서퍼들이 많으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들이 착용한 장비에도 눈길이 가겠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많은 서퍼들이 공통적으로 신고 있는 이 가죽 부츠였습니다.
물에 취약한 가죽 부츠가 왜 서퍼들에게 유행을 했을까요?
2. 어그의 서핑에서 시작되다
이것을 알려면 70년대 시드니의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신발이 서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바로 보온이죠. 초여름에도 바닷바람이 불고 쌀쌀한 추위 때문에 물에 젖은 발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슬리퍼처럼 어그부츠를 착용했습니다. 그전에도 십스킨 부츠는 존재했지만 서퍼들에게 갑자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시드니의 전설의 서퍼 셰인 스테드맨 덕분입니다.
1973년 그는 부츠라는 이름으로 서퍼들을 위한 신발로 소개했는데요.
이것이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가 참 재밌습니다. 원래 그는 프로서퍼이자 서핑보드를 만드는 기술자였는데, 여느 때처럼 보드를 제작하고 있던 그에게 네트라는 친구가 찾아옵니다.
여기 제 발령태를 그린 그림인데 쉽스킨으로 부츠 좀 만들어주세요.
뜬금없지만 그는 바로 이해했습니다. 6월 시드니의 바나는 여전히 추웠고 물에서 나온 서퍼들의 취약한 발을 위한 신발이었죠.
그는 갖고 있는 도구화 소재로 정원 창고에서 부츠를 만들었는데 엉망이었습니다.
스킨 품질이 너무 안 좋아 힘줄도 보이고 물에 젖으면 냄새도 심하게 났습니다.
이 때문에 부츠를 본 사람들마다 혐오감으로 감탄사가 절로 나와 부츠라고 불리게 된 것이죠.
이 감탄사의 미국 발음이 어그입니다. 후에는 제대로 된 가죽과 제조업체로 혐오감은 사라졌지만 이 어그부츠의 이름은 널리 퍼지게 됩니다.
다시 미국 어그의 창립자 스미스 시로 돌아와서 그는 이 어그부츠 한 켤레를 챙겨 미국으로도 서핑을 하러 갑니다.
이곳에서 자신만 이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미국에서 어그부츠를 팔아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일단 갖고 있는 어그부츠를 주변 신발가게 관계자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서핑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서핑용품 매장은 달랐습니다.
이미 이 신발을 알고 있는 서핑 관계자들은 보여줄 때마다 100만 장자가 될 거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 반응에 확신이 생긴 그는 수중에 모든 돈을 끌어모아 500켤레의 어그를 사들입니다.
그리고 그 500켤레를 들고 그를 격려했던 매장을 다시 찾아갑니다.
그런 글을 본 매장 관계자들은 당황합니다. 브라이언 정말 잘했어요.
하지만 저희 매장에서 팔 수가 없어요. 우리는 보드와 수영복만 파는 가게인 걸요.
모든 매장에서 거절당한 그는 어쩔 수 없이 직접 발품을 팔았습니다.
1979년 첫 해 판매량은 정확히 28켤레였죠.
낙담한 그는 그가 자주 가는 해변의 술집 주인에게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아니 왜 미국 사람들은 알아봐 주지 않을까요? 그걸 들은 바의 주인은 주변에서 놀고 있던 13살 남짓한 아이들을 불러 서퍼를 위한 이 신발이 어떻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반응이 미국에서 어귀를 성공시키는 실마리가 됩니다.
에이 아저씨 거짓말하지 마세요. 이게 무슨 서핑 슈즈예요?
이곳인 서핑을 어떻게 해? 호주와는 다르게 미국은 이 부츠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
그가 내세운 서핑 슈즈라는 타이틀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곧바로 그는 서핑 후 신발을 신고 거니는 모습을 촬영하여 날씨가 추운 10월에서 12월에 광고를 진행합니다.
그 광고로 인해 2만 달러로 구입했던 500켤레가 20만 달러가 되어 수중에 돌아오게 됩니다.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판을 키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으~가 아닌 어그로 미국에서 상표권을 등록하고 회사도 세웁니다.
그렇게 회사를 키워나가 1995년 데커스 코퍼레이션이란 회사의 어그 홀딩스를 1460만 달러에 매각합니다.
본격적인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데커스라는 회사는 어그를 사들이자마자 호주 어그부츠의 창시자
스테드만 씨에게 연락합니다. 그리곤 그에게 1만 파운드와 1년마다 세 켤레의 어그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어그의 상표를 사들입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해 유럽, 아시아의 어그 상표권을 등록하여 자신들이 어그의 오리지널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죠.
이것으로 끝났으면 다행이지만 어그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부츠의 한 종류를 의미하는 용어가 현재는 다른 브랜드들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데커트는 호주와 미국에서 어그를 제작, 판매하고 있는 모든 곳에 중지 요청을 보냅니다.
미국은 그렇다 쳐도 호주에서 어그를 잘만 판매하고 있던 20여 개의 브랜드들은 이게 뭔가 싶었죠.
그들에게 어그는 그냥 모든 브랜드들이 쓰는 일반적인 용어였으니까요.
생산과 판매가 멈추질 않자 결국 소송을 진행할 만큼 데커스는 어그의 권리에 대한 소유욕이 굉장합니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의 소비자들이 어그를 일반적인 용어가 아닌 브랜드 이름으로 인식한다는 주장이 먹힌 걸까요?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에서 데커스의 손을 들어줍니다.
유일하게 어그에 대한 소유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은 호주 뿐이었죠.
미국 어그대의 호주어그 권리는 그렇다 쳐도 미국 어그와 호주 어그는 실제로도 차이가 있을까요?
스미스 씨가 운영하던 초반에 미국 어그는 모두 호주산이었습니다.
호주에서 온 부츠라는 이미지로 마케팅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사업이 커지고 데커스가 인수하고 나선 어마어마한 생산량과 단가를 감당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어 반면 지금 남아 있는 호주 허브는 여전히 호주에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죠.
품질적인 면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의 다양성은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의 허그는 패션쇼도 기획하고 다른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도 진행하며 어그부츠의 디자인 카테고리를 넓혔는데요.
인트로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신발들도 어그라고 부를 수 있게 된 데에는 이 미국 어그의 시도와 노력 덕분입니다.
어그라는 용어가 브랜드 이름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