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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이 옷들의 로고에는 전부 하트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각각의 로고에서 받는 우리의 느낌은 다 다르죠.
동물이 들어간 그래픽 티셔츠 많은 브랜드에서 한 번쯤은 활용합니다.
이 중 어떤 것들은 나이가 들어도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패션을 좋아하시는 패션을 좋아하실 여러분 반갑습니다.
동물이 그려진 그래픽 스웨셔츠의 문구 한 번쯤은 본 적 있으시죠?
젊은 감성의 브랜드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고, 토끼 그림에 뉴진스가 입고 나와 전용 굿즈나 콜라보로 오해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구글에 검색만 해봐도 오리, 고양이, 하트 등 남성성과는 거리가 먼 브랜드 같지만 이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마냥 귀여운 디자인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베이프의 창시자 니고의 두 번째 브랜드 휴먼 메이드 이야기입니다.
이 인물이 누군지, 이 브랜드가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1. 디렉터 니고
땅딸막한 키의 거북목. 대충 보면 오래된 거적때기를 걸치고 있는 듯한 그의 외관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가 입고 걸치는 모든 것에 엄청난 내공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죠.
니고는 베이프와 휴먼 메이드는 물론이고 기억 저편으로 잊혀가는 호랑이 얼굴의 개조를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며, 카레 음식점 사장님 또한 힙합 음반을 내기도 한 프로듀서입니다.
52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런 결과물들을 아직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그가 쌓아온 과거의 경험들이 큰 역할을 했죠.
어린 시절 니고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부득이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어린아이에게 그 어마어마한 시간을 채워주었던 건 미국 영화와 만화 영화들이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장난감들을 모으며 행복을 느꼈고, 모으는 습관이 옷으로 옮겨지며 디자이너 인생의 중요한 뼈대가 됩니다.
그는 본명보다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인데요.
이 니고라는 별명은 그의 인맥과 관련이 있습니다.
18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그를 니고라고 불렀는데요.
이치 산 일본어의 숫자 2와 우주선의 1호기 2호기 할 때 호를 의미하는 고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같이 일하던 특정 인물의 이호기라는 별명이 그의 인생 닉네임이 된 것이죠.
그 유명한 나이키 에어조던에 새겨진 번개의 주인 후지와라 히로시입니다.
옷과 힙합을 좋아했던 어린 청년은 일본의 힙합 문화를 들여오고 진짜 간지란 이런 거란다라며 패션을 알려주는 히로시를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자기랑 비슷하게 생긴 형이 멋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동경을 안 할 수가 없었겠죠.
니고는 문화 복장 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잡지사에 들어가 그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와 함께 일하며 패션에 대한 가치관과 업계 사람들을 알게 된 니고는 히로시의 도움으로 매장을 오픈합니다.
이때 같이 설립한 동업자는 훗날 언더커버라는 브랜드를 만든 준타카하시였죠.
같은 해 1호 씨의 또 다른 인맥 그래픽 아티스트 나카무라 시니치로와 티셔츠를 찍어내며 브랜드 베이프를 탄생시킵니다.
온천을 즐기는 유인원을 의미하는 브랜드 명에서도 알 수 있듯 로고 또한 유인원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화를 즐겨보던 니고의 취향과 동업자 스케이팅의 디자인 감각으로 탄생한 로고죠.
베이프 또한 초기에 히로시 주변 힙합 음악가들에게 옷을 나눠주며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2호기를 자처할 만하죠. 히로시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 스스로 인맥을 개척한 경우도 있는데요.
니고와 함께 브랜드도 만들고 최근 루이비통의 디렉터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 퍼렐 윌리엄스입니다.
이렇게 쌓아 올린 인맥들이 니고의 강점이 됩니다.
니고와 스케이팅의 디자인 감각과 유명인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 사고 싶어도 못 구하는 적은 물량으로 사람들은 베이프에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베이프는 삐걱대기 시작하죠.
휴먼메이드의 탄생, 그래픽 디자인이 핵심이었던 베이프의 옷들은 중국 공장을 필두로 짝퉁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 2009년부터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죠.
이때부터 니고는 베이프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런 자각이 니고가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만들었죠.
퍼렐과 함께한 빌리네어보이즈 클럽은 베이프의 행보를 다시 밟는 느낌이었다면, 휴먼 메이드는 베이프의 실패의 원인을 보완한 듯한 느낌의 브랜드입니다.
2. 베이프의 실패를 보완한 휴먼메이드
그 이유를 몇 가지 말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욕심 베이프가 짝퉁이 생기기 시작한 데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내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매장을 넓힌 것입니다.
매장을 넓힌 것에 비해 적은 공급이 짝퉁을 우후죽순처럼 생기게 한 것이죠.
여타 유명 브랜드들도 짝퉁이 나오지만 당시 베이프는 그 짝퉁을 대체할 방안이 없었죠.
그는 공급을 늘릴 능력이 있음에도 초반에 휴먼 메이드를 편집샵 빔스에서만 소량 판매합니다.
또한 니고는 인터뷰에서도 휴먼 메이드를 크게 성장시키려는 의도가 없음을 내비쳤죠.
두 번째 디자인 방금 말해서 알 수 있듯이 니고가 지금 당장이라도 입고 싶은 옷으로 만든 게 휴먼 메이드입니다.
그렇다는 건 베이프가 입고 싶지 않은 옷이었던 걸까요?
사업이 안 좋아져서 핑계를 댄 걸 수도 있지만 근 20년간 같은 브랜드를 해오면서 취향이 변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빈티지 컬렉팅을 하면서 빈티지를 많이 입는 모습을 보여왔죠.
이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이 바로 휴먼 메이드입니다.
페이프가 통통 튀는 자극적인 맛이었다면 휴먼 메이드는 우려내고 묵힌 듯한 묵직한 맛입니다.
지금의 반팔티를 보면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창기의 휴먼 메이드는 지금의 휴먼 메이드와 조금 달랐습니다.
그 이유는 아메리칸 빈티지에서 온 디자인이기 때문입니다.
휴먼 메이드. 특히 초반의 휴먼 메이드는 1950년대 아메리칸 빈티지에서 영감을 받아 옷을 제작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브랜드 네임과 로고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인터뷰, 잡지 등을 찾아보았지만 로고와 브랜드명에 대한 공식적인 의미는 밝혀진 바 없습니다. 본사에 직접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답변은 알려줄 수 없다였죠.
그래도 이 브랜드의 행보와 니고가 했던 휴먼 메이드 관련 인터뷰 등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휴먼 메이드를 직역하면 인간이 만든 입니다. 인위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핸드메이드와 유사한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빈티지를 모티브로 만듦새에 신경을 써서 옷을 만드니 이 의미가 어느 정도는 유효한 것 같습니다.
이번엔 로고를 볼까요? 첫 로고는 하트가 아니라 기존 유인원에서 약간 진화한 듯한 느낌입니다.
실제로 베이프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 로고를 보고 베이프의 연장선이라며 기대를 했다가 옷을 보고 실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근데 여태껏 말씀드린 근거를 종합해 보면 베이프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한 진화판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여전히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과 유명 인맥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은 동일했죠.
이것은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는 니고의 강점이니까요.
휴먼메이드의 옷 초창기에 휴먼 메이드는 아메리칸 빈티지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옷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본의 전형적인 아메카지 의류였죠.
오래된 직기로 짜여 나올 수 있는 이런 데님 원단도 고증을 살릴 수 있는 이런 워싱 기법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이즈도 제약이 있는 옛날 환평기로 짜서 실이 많이 드는 예전 봉제 방식으로 마감한 이런 티셔츠도 전부 이 브랜드와 같은 공장에서 나왔습니다.
청바지 복각으로 유명한 브랜드 웨어하우스입니다.
오래된 데님 짓기나 루프휠 니팅 머신을 활용해 예전의 것을 복원하는 브랜드죠.
같은 공장에서 제작됐다고 동일한 품질의 비슷한 옷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대신 그 공장에서만 가능한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죠.
이런 빈티지 기반 브랜드들 사이에서 휴먼메이드만 갖는 특징이 있는데요.
2016년부터 조금씩 위트를 섞기 시작한 것입니다.
캐릭터 그래픽, 최근 휴먼 메이드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본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겁니다.
동물을 자주 쓰네 휴먼메이드뿐만 아니라 베이프와 BBC로고,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카레 음식점 마스코트에도 캐릭터를 활용한 것을 보면, 니고는 확실히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최근 몇 년간 정말 다양한 동물들이 옷 속에 등장했는데요.
반팔티나 스웨셔츠만 보면 모든 동물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특정 옷들을 보면 나름 숨겨진 규칙이 존재합니다.
밀리터리 의류를 기반으로 디자인한 항공 재킷, 퀼티드 재킷에는 독수리와 호랑이가 등장합니다.
가을 시즌 캠핑, 낚시 등에 입는 헌팅 재킷에 보이는 동물은 오리, 사슴, 그리고 개조 동물의 종류에 제약을 두지는 않지만 이렇게 옷과 연관된 동물들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근데 이런 동물 캐릭터 옆에는 항상 이것이 함께합니다.
타이포그래피와 문구, 옷의 모든 요소가 50년대 빈티지 의류에서만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 빈티지 간판에서 볼 수 있는 글씨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휴먼메이드의 폰트죠.
가장 자주 보이는 이 폰트는 미국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사인보드가 떠오릅니다.
세로 형의 모서리를 살짝 굴리고 자간을 많이 띄웠습니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에도 투박한 워크웨어에도 잘 어울려 취향을 가리지 않는 폰트라고 할 수 있죠.
이 폰트 말고도 디자인에 따라 명조체, 필기체, 쉐리프체 등 다양한 폰트를 활용합니다.
이런 폰트를 활용해 적는 대표적인 문구들이 이것입니다.
자수 이런 문구들도 글씨체에 따라 재질에 따라 받는 느낌은 또 다른데요.
나염이나 전사 같은 프린팅 기법이나 입체적으로 패치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방식은 역시 자수입니다.
캐릭터 부분과 글씨 부분의 자수는 보이는 것처럼 다른데요.
캐릭터는 대부분 디지털 자수 머신으로 짠 것입니다.
여러 색의 실로 별의 방향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어서 복잡한 그림도 실현이 가능하죠.
이것은 청바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체인 스티치 자수입니다.
이렇게 생긴 기계로 원단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가며 자수를 하는 방식이죠.
이렇게 둥글게 채우는 방식과 직선으로 채워나가는 방식 등 다양한 테크닉이 활용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수보다 덜 정돈된 느낌이지만 더 풍부한 질감을 느낄 수 있죠.
최근 휴먼 메이드를 보면 빈티지를 기반으로 한 밀리터리 워크웨어는 꾸준히 내고 있으나 베이프가 떠오르는 그래픽 요소나 아웃도어, 인테리어 소품, 일본 전통 의류를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론:
브랜드가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것일지 색깔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소비자의 입맛이 변하면 디자이너들도 그것에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이죠.
그런 와중에도 첫 시즌부터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옷이 있다면 그것은 디렉터가 자부하는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 말고도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나요?
그렇다면 이번 저의 글은 성공입니다. 아니라면 뭐 괜찮습니다.
오늘도 역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