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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잘 다려진 셔츠에 위아래로 맞춘 셋업 정장, 바버 샵에서 손질받은 듯한 정갈한 머리 스타일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 후 집을 나설 때 마지막에 신발장에서 꺼낸 신발은 무엇일까요?
    네 당연히 구두일 겁니다. 그렇다면 워싱된 빈티지한 청바지에 무난함 자체인 회색 스웨 셔츠를 착용한 캐주얼한 복장에는 어떨까요?
    패션을 좋아하시는 패션을 좋아하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좁은 발볼에 날렵하고 뾰족한 앞코, 고급스러운 광택과 소가죽으로 된 홍창까지 이것이 우리가 남자 구두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구두에서는 가죽의 표면과 광택을 중요시합니다.
    쉘코도반이라고 하는 말, 엉덩이 부분으로 만든 구두가 비싼 것도 바로 이 대체 불가능한 광택 때문이죠.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 구이디의 구두는 어떤가요?
    새것인데도 광택이 거의 없고 주름이 져 있습니다.
    염색도 고르게 되지 않고 얼룩 같아 보이니 이론대로라면 품질이 떨어지는 최악의 구두죠.
    하지만 이것은 100년이 넘은 가죽 기술자들이 노하우를 가지고 자신만의 공법으로 의도적으로 구현한 고급 구두입니다.
    왜 고급이라고 했는지 구이디라는 브랜드가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면 납득이 되실 겁니다.

    1. 구이디의 탄생

    구이디의 탄생 이탈리아는 가죽으로 유명하죠. 이 브랜드도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구두 브랜드가 아닌 가죽을 정제하는 제약소로 말이죠.
    이탈리아 가죽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토스카나 가죽을 만드는 곳 중 하나입니다.
    출생지가 명시된 가죽은 그만큼 특별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요.
    뭐가 다르길래 이 지역 가죽이 좋다고 인정을 받는지는 제약소가 어떤 작업을 하는 곳인지를 알면 이해가 됩니다.

    제역소는 가죽을 무두질하는 곳입니다. 동물의 피부를 벗겨내어 그대로 가죽 제품을 만든다면 털과 세균으로 피부가 남아나질 않고 무엇보다 얼마 안 가서 썩어 문드러질 겁니다.
    죽은 동물의 피부를 썩지 않도록 내구성 좋고 부드러운 섬유질로 만드는 과정 그것을 무두질이라고 합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 공정은 매우 오래 걸리고 여러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는데요.
    살균, 박피, 탈색, 콜라겐의 섬유질화 등 대부분의 단계가 물에 희석시킨 용에게 가죽을 담금질하며 이루어집니다.
    이런 일련의 모든 과정을 하는 제역소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뭔지 방금 여러분에게 말씀드렸죠.
    네 물입니다. 1920년대부터 이탈리아 아르노강을 따라 피사에서 피렌체까지 가죽 관련 공방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수세기를 거치며 살아남고 발전시킨 토스카나 지역만의 가죽 공법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집안 대대로 기술을 물려받다 보니 그 지역 가죽 장인들이 점점 많아졌죠.

    구이디는 이런 토스카나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3명의 장인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장인들의 이름을 따 구이디 로젤리니 제역소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죠.
    신발을 만들기 전 이곳은 명품 브랜드들의 까다로운 가죽 주문에 맞춰 납품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업소였습니다.
    그들이 가죽을 납품하는 브랜드는 지금도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명품 브랜드이거나 디자이너 브랜드였죠.
    이 브랜드에서 나오는 가죽 제품들만 봐도 얼마나 독특하고 퀄리티 좋은 가죽을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구이디의 제약소는 이런 가죽들을 생산하며 150년 가까이 버텨온 무두질 공장인 만큼 노하우가 엄청난데요.
    그만큼 그들만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철저하게 단속하고 공개하지 않습니다.
    구이디는 토스카나 제역소 중에서도 식물성 탄닌으로 무두질을 진행하는 몇 안 되는 제역소이기도 합니다.

    탄닌은 쉽게 말하면 가죽의 콜라겐을 섬유 화하는 물질인데요.
    크롬 같은 합성 물질의 탄닌을 사용할 경우 하루 만에 무두질이 가능하지만, 식물에서 나온 탄닌의 경우 길게는 7주에 걸쳐 무두질을 해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이 몇 배는 드니 베지터블 가죽이라며 마케팅을 하고 단가가 높은 건 당연한 소리죠.
    이런 비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베지터블 테닝 가죽이 합성 테닝 가죽보다 수명이 더 길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술적인 경쟁력도 있고 잘 나가는 유명 브랜드들에게서 끊임없이 주문이 들어오니 제역소로서는 만족할 만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장인 정신을 물려받은 그의 아들 루제로구이디는 다른 은밀한 욕심이 있었죠.
    구이디 신발의 탄생 하이킹 부츠와 워크부츠의 열렬한 수집가이기도 했던 그는 가죽만큼이나 가죽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완제품에 대해서도 애정이 많았습니다.
    특히 테너링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죽 신발 제작 공법,

    그리고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장인 정신에 매료되어 신발 제작에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근데 의욕만 앞선다고 뭐가 될까요? 가죽 제역소가 구비하고 있는 시설과 신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설은 전혀 달랐죠.
    그래서 구이디씨는 가죽을 납품하던 한 신발 공장의 인연을 활용해 자신들의 가죽을 가지고 원하는 구두 제작을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발을 구두 브랜드에서 일했던 한 인물에게 보여줍니다.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 카르페디엠에서 일했던 알레시아 리기아만테였죠.
    구두를 본 그녀의 반응은 꽤나 비판적이었습니다.

    일요일에 교회 갈 때 신는 신발처럼 너무 새것 같아요.

    보이는 카르페디엠의 빈티지한 구두가 그녀의 취향이기도 했지만 너무 세련되고 딱딱한 당시의 샘플이 경쟁력이 없어 보인 것이죠.
    그녀는 구이디가 갖고 있는 제역소의 시설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그러다가 가죽이 들은 채로 돌아가고 있는 거대한 드럼통을 발견하고 그에게 조언합니다.
    저 테닝 드럼에 신발을 넣어 돌려보세요. 그는 그녀의 말을 그대로 실천했죠.
    정갈하고 세련되기만 한 신발이 드럼통을 거치자 오연은 막시는 듯 주름지고 손상된 모습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드럼 머싱만 진행한 상태임에도 부드럽고 빈티지한 이 신발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구두 공방이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었던 이 아이디어는 한 번 더 발전합니다.
    이것이 현재 많은 구두 브랜드들이 따라 하는 지금의 구이디 신발의 정체성이 됩니다.

    오브젝트 다잉 옷에서도 일반적으로 원단이나 실상태에서 염색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옷을 다 만들고 통으로 염색을 진행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네 여러분이 한 번쯤 들어본 가먼트 다잉입니다. 이 방법으로 염색하면 자연스러운 구김 소매나 주머니, 봉지 부분이 다르게 염색되고 수축되어 빈티지한 느낌을 나게 해 줍니다.
    이러한 염색 기법을 구두에 그대로 적용한 방식이 바로 오브젝트 다잉입니다.
    아예 염색되지 않은 생지 가죽을 구두 공방으로 보내 신발에 가피와 홍창을 만들도록 부탁합니다.
    그렇게 제작된 신발을 다시 제업소로 돌려보내 드럼에서 염색과 세탁을 진행한 것이죠.
    염색되기 전 구두를 살펴보면 갈색이나 회백색 가죽의 상태입니다.
    이런 생지 가죽 구두들이 드럼통 안에서 염료와 함께 얽히고설킵니다.
    그러니 가죽에 손상이 안 갈 수가 없겠죠.

    이것들이 공정을 다 거친 가죽 구두들입니다. 검은색이 대표색이긴 합니다만 다양한 색으로 염색을 진행합니다.
    이런 다양한 컬러만큼이나 구이디의 구두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요.

    2. 구이디 종류 및 모델

    대표적인 모델 몇 가지만 같이 살펴볼까요? 더비슈즈 한국에서 gd의 구두라고 한다면 아마 이 모델을 떠올릴 겁니다.
    2004년부터 꾸준히 선보인 구위드의 더비 슈즈죠.
    더비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의미가 정확히 뭔지 잘 모르는 분들 계시죠?
    별거 없습니다. 구두에서 신발끈을 묶는 부분이 이렇게 생긴 구두를 더비라고 합니다.
    흔히 열려 있다고들 하죠. 이렇게 더비 슈즈의 형식을 갖췄으나 992는 일반적인 더비와 차이가 있는데요.
    바로 가죽의 질감입니다. 992를 포함해 구이디 신발은 카프레더, 버펄로, 당나귀, 심지어 악어가죽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메인 소재는 역시 오브젝트 다잉이 된 풀그레인 말가죽이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소가죽과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말가죽이건 소가죽이건 품종, 성별, 나이에 따라서 가죽의 상태가 다르고 어느 부위를 썼냐 어떻게 정제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의 가죽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제되기 전 소피부와 말피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의 피부도 표피와 진피가 나뉘듯이 동물의 피부도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말 피부의 표피층은 소보다 밀도가 더 높고 진피층 사이의 섬유질이 그물 모양으로 규칙성을 띠고 있어서 불규칙한 소가죽보다 움직임이 더 자연스럽고 유연합니다.
    본 재료가 유연한데 거기에다 오브젝트 다인까지 하니 새 신발을 신었을 때도 몇 달은 신은 소가죽 구두처럼 발에 금방 맞춰지며 착용감이 좋은 것이죠.
    슈레이스 또한 말가죽으로 되어 즐기고 강합니다.
    게다가 구이디의 끈은 매우 긴 것이 특징인데요.

    묵고도 남아도는 길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발등 쪽을 한번 둘러서 묶는 것이 구디만의 스타일링입니다.
    이 스타일 자체를 따라한 브랜드도 있더라고요. 구이디의 모든 밑창은 굿이어 웰트 제법으로 제작됩니다.
    웰트란 어포와 미창 사이를 누르는 가죽 띠를 일컫는데요.
    이 가죽 띠를 매개로 어퍼와 밑창이 꿰매어져 있죠.
    좋은 가죽을 사용한 재화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교환이 가능하도록 신경 쓴 제법입니다.
    신발의 안쪽을 보면 뒤꿈치 쪽에 못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992뿐만 아니라 모든 구이디 신발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인데요.
    구이디의 힐은 전통적인 공정으로 가죽 키를 제작하는 곳에서 따로 제작됩니다.
    그렇게 따로 제작된 스테키를 못으로 고정한 것이죠.
    힐과 홍창 덕분에 다양한 색으로 오브젝트 다잉을 할 때 워퍼와 같이 아름답게 염색된다고 하네요.
    VDL 더비는 앞서 말씀드린 구구 말고도 아시아 발에 맞춘 992 그리고 더블 솔로 위창이 더 두꺼운 972리가 있습니다.
    백지퍼

    또 다른 구이디의 유명 모델입니다. 이 네 모델은 신발의 뒤꿈치 쪽에 지퍼가 달려 있어 백지퍼라고 편하게 불리는 신발들입니다.
    이 신발이 유명하고 상징적인 이유는 뒤에 달린 지퍼뿐만은 아닙니다.
    바로 샤프트의 형태 때문이죠. 샤프트란 구두가 아닌 부츠에서 부츠의 높이를 결정하는 이 부분을 일컫습니다.
    이 샤프트의 형태가 마치 뒤에서 당긴 것처럼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의도된 디자인인데요. 실제 착샷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앞으로 굽히는 경우가 많은 인간의 자세 때문에 뒤로 밀린 형태가 앞으로 구부러지며 주름이 집니다.
    오래 신을수록 저런 굵고 많은 주름이 자리 잡아 하나의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죠.
    이 네 모델 모두 백지퍼의 뒤로 밀린 샤프트를 가진 모델인데요.
    모델 간의 차이는 조금씩 존재합니다. 우선 제일 앞자리가 7이냐 9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바로 솔의 종류입니다.
    7로 시작하는 모델은 홍창이 2개인 더블 솔로 만들어졌고요.
    9로 시작하는 모델은 싱글 솔입니다.

    키 높이라 할 수 있는 스테킬 부분도 2배가 차이 나죠.
    두 번째로 모델 번호의 제일 뒷자리인 8과 6인데요.
    이것은 샤프트의 높이 차이를 의미합니다. 82 6에 비해 더 높은 샤프트를 가졌습니다.
    이제는 이 숫자만 보고 형태를 예상할 수 있겠죠. PL 시리즈 지퍼가 뒤에 달린 모델도 봤으니 앞에 달린 모델도 볼까요?
    앞쪽에 지퍼가 달렸기 때문에 주름이 생기게 하는 샤프트의 형태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부채의 형태 같지만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앞코의 형태인데요. 구두에는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선심이라는 보강제가 들어갑니다.
    PL 시리즈는 이 보강재를 디자인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뭔가 살짝 찌그러진 듯이 높이 올라와 볼륨감을 형성하고 있죠.
    PL 시리즈는 pl1, pl2, pl3 이렇게 세 가지 모델이 있는데요.
    이것 역시 숫자가 높아질수록 샤프 2의 높이가 높아집니다.
    PL 1이 5cm 정도, pl2가 10cm, PL 3의 경우 무릎까지 올라오죠.

    pl1, pl2 같은 경우 남녀 공용으로 나오고 pl3는 여성용으로만 나옵니다.
    210 3, 10, 4, 10 이것들도 앞쪽에 지퍼가 달린 프런트 지퍼 모델입니다.
    그런데 한 피스의 가죽으로 제작되는 PL 시리즈와는 달리 이 모델의 어퍼는 2개의 피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형태도 많이 다르죠. 18세기 옛날 부츠의 형태를 따른 듯한 디자인입니다.
    굽도 낮고 토박스의 형태도 VDL 모델 중에서는 뾰족한 편에 속하죠.
    발목 부분을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디자인 때문인지 피부를 보호할 수 있도록 지퍼 안쪽에 혀처럼 가죽이 덧 떼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210은 15cm가량의 샤프트 높이, 310은 20cm, 410은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높이로 역시 여성용입니다.
    이 정도가 VD의 상징적인 모델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것 말고도 체이시, 스퀘어토, 슬리본,스홀, 하이킹, 스노보드 부츠까지 다양한 부츠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방으로도 카테고리를 넓혔는데요.
    제약소가 기반이 되는 브랜드니 역시 가죽 가방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결론:

    제가 준비한 구이디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광택이 번뜩이고 새것처럼 결점이 없어 보이는 것이 누구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구이디는 그런 부분에 힘을 빼면서 포멀과 논포멀 그 사이를 공존할 수 있는 구두 브랜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손이 잘 가는 편한 구두, 청바지에 어울리는 그런 구두로 말이죠.
    오늘도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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